제1장
승전의 그림자
괵나라와의 국경전에서 승전했다는 군대가 돌아오던 날, 성문 밖에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는 탁자가 놓였습니다.

괵나라와의 국경전에서 승전했다는 군대가 돌아오던 날, 성문 밖에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는 탁자가 놓였습니다.
사람들은 개선문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탁자 앞으로 가서 자기 집의 성씨를 말했습니다. 서리는 젖은 손가락으로 죽간을 넘겼습니다. 이름이 나오면 뒤에 선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오지 않으면 내일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나흘째 같았습니다.
궁지기는 탁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습니다. 수레바퀴에 짓눌린 풀에서 흙냄새가 났습니다. 비는 사흘 전에 그쳤지만 도랑에는 아직 붉은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염색한 군기에서 흘러내린 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피라고 생각했습니다.
맨발의 여자가 서리 앞에 마른 콩 한 줌을 놓았습니다.
“이름만 다시 찾아주시오.”
“내일 오라 하지 않았소.”
“이건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니오. 우리 애가 떠날 때 남기고 간 것이오. 같은 것을 보면 생각이 날까 해서.”
서리는 콩을 밀어내지 못했습니다. 궁지기는 여자의 손을 보았습니다. 손톱 아래 끼어 있는 검은 흙은 씻어도 빠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집 밭을 버리고 성으로 올라온 사람의 손이었습니다.
“어느 부대였습니까.”
여자가 돌아보았습니다. 궁지기의 옷깃을 보고 먼저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허리를 폈습니다.
“대감이 데려갔소?”
궁지기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군대를 직접 이끈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군량을 마련하라는 문서에는 그의 인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시작은 국경의 우물 하나였습니다. 괵나라의 목동이 우나라의 초병과 다투었고, 다음 달에는 서로의 보리밭이 탔습니다. 어느 편이 먼저 불을 놓았는지 묻는 사람은 승전식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성문을 열어 병사를 내보내던 날에도 그는 왕 옆에 서 있었습니다. 데려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돌려줄 수 있소?”
“찾아보겠습니다.”
“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소.”
여자는 콩을 다시 주워 옷섶에 넣었습니다. 한 알이 탁자 아래로 굴렀습니다. 궁지기가 몸을 굽혔지만 여자가 먼저 밟았습니다. 밟힌 콩은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진흙 안으로 깊이 박혔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성 안에서 북이 울렸습니다.
승리를 알리는 북이었습니다. 돌아온 병사들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한쪽 팔이 없는 병사가 다른 손으로 허리띠를 고쳐 맸습니다. 수레에 누워 있던 자는 일어나려다가 다시 쓰러졌습니다. 군기 아래 선 관리가 백성들에게 길을 비우라고 외쳤습니다.
궁지기는 길을 비켰습니다. 여자도 비켰습니다. 나라의 승리가 그들 사이를 지나갔습니다.
그날 저녁 서당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 하나가 문지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홉 살쯤 되어 보였지만 얼굴이 말라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는 깨진 군용 그릇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찾으러 왔느냐.”
아이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머니가 여기로 가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디 계시고?”
“이름을 찾으러 가셨습니다.”
궁지기는 아이의 발에 묻은 붉은 흙을 보았습니다. 성문 밖 도랑의 흙이었습니다.
아이는 그릇을 내밀었습니다.
“밥을 먹으려면 그릇은 가져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궁지기는 그릇을 받았습니다. 손바닥만 한 그릇이 뜻밖에 무거웠습니다.
그날 밤 그가 장부에 새로 적은 이름은 하나였습니다. 아연. 성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오면 물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군대가 떠난 들판에도 봄은 왔습니다.
보리 싹이 올라온 밭과 잡풀만 자란 밭이 번갈아 이어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무늬를 넣은 천 같았습니다. 가까이 가면 사람의 빈자리였습니다. 밭의 경계는 그대로인데 집집마다 쓸 수 있는 팔의 수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열두 살 된 목생을 데리고 남쪽 마을로 갔습니다. 서당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아버지가 목수여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전쟁 때 다리를 놓다가 강물에 휩쓸렸습니다. 목생은 나무를 자를 때마다 먼저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을 어귀에는 부서진 쟁기 일곱 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쇠날은 군대로 보내고 나무틀만 돌아온 것들이었습니다.
“소가 없어서 못 가는 줄 알았는데.”
목생이 말했습니다.
“소가 있어도 못 갈았겠군요.”
궁지기는 쟁기 하나를 뒤집었습니다. 쇠를 뽑아낸 구멍 안에서 벌레가 나왔습니다.
이장은 관청에 올릴 장부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쟁 전에는 서른여덟 호였는데 지금은 스물한 호라고 했습니다. 궁지기가 빈집을 세어 보니 열두 채였습니다. 숫자가 맞지 않았습니다.
“다섯 집은 어디 있습니까.”
“아직 안 비었습니다.”
그 다섯 집에는 노인과 아이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장부에서는 한 집이었지만 군량을 낼 때는 한 사람 몫도 되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지우면 곡식을 덜 걷습니까?”
이장이 물었습니다.
“실상을 올리겠습니다.”
“작년에도 올렸습니다.”
궁지기는 대답 대신 장부를 받았습니다. 목생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이는 스승이 관리들에게 말하면 모든 것이 바뀌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목을 묶은 병사를 만났습니다. 나무막대 두 개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허벅지 아래가 비어 있었습니다. 병사는 궁지기를 알아보고 길가로 물러섰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군적을 바로잡으러 갑니다.”
죽은 것으로 처리되어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살아 있다고 신고했더니 다음 징집 때 나오라는 통지가 왔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문서를 받아 보았습니다. 두 문서에 찍힌 인장이 같았습니다.
목생이 이를 악물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습니까.”
병사는 웃었습니다.
“나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
궁지기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나라의 문서는 사람을 헤아렸지만 사람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도 숫자로 된 죽음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날이 있었습니다.
서당에 돌아온 뒤 궁지기는 아이들에게 글을 베끼게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에서 받아 온 장부를 펼쳤습니다. 집마다 필요한 씨앗과 남은 곡식, 밭을 갈 수 있는 사람을 적게 했습니다.
아연이 물었습니다.
“이것도 공부입니까?”
“그렇다.”
“벼슬하려면 이런 걸 알아야 합니까?”
궁지기는 잠시 붓을 멈췄습니다.
“벼슬하지 않더라도 알아야 한다.”
그날 아이들은 나라를 뜻하는 글자보다 한 집을 뜻하는 숫자가 먼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공은 승전제에서 술을 세 번 따랐습니다.
첫 잔은 조상에게, 둘째 잔은 신에게, 셋째 잔은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에게 바쳤습니다. 마지막 잔을 땅에 붓자 악공들이 소리를 낮췄습니다. 왕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거짓 눈물은 아니었습니다. 우공은 죽은 자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다만 그들이 죽은 전쟁을 잘못된 전쟁이라 부르지는 못했습니다.
“나라가 보전되었으니 헛된 죽음은 아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줄 끝에 서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군량 창고의 보고서가 소매 안에서 구겨졌습니다. 제사를 마친 뒤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올리면 죽은 병사들의 공을 깎는다는 말이 나올 것이었습니다. 내일 올리면 왜 어제 말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었습니다.
염숙이 먼저 나섰습니다.
“백성들이 전하의 은덕을 노래합니다.”
그는 왕의 곁에서 문서를 읽고 사신을 맞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전쟁 전에는 궁지기에게 자주 물었습니다. 지금은 묻지 않았습니다. 궁지기가 한 번 고친 문장을 왕 앞에서 읽었다가, 왕이 그 문장은 누가 지었느냐고 물은 뒤부터였습니다.
우공이 궁지기를 보았습니다.
“경도 그렇게 들었는가.”
“남쪽 세 마을에 씨앗이 부족합니다.”
연회장의 소리가 끊겼습니다.
궁지기는 말을 잇다가 멈췄습니다. 왕이 무엇을 물었는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꺼낸 말을 거둘 수는 없었습니다.
“군량 징발을 늦추고 창고의 보리를 내주셔야 합니다.”
우공은 술잔을 내려놓았습니다.
“제사를 지냈다. 그대도 보았겠지.”
“보았습니다.”
“죽은 자들에게 오늘 하루의 영예도 줄 수 없단 말인가.”
궁지기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영예를 빼앗을 뜻은 없었습니다. 씨앗을 뿌릴 날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하면 또 무엇을 부정하는 셈이 될까요.
염숙이 웃으며 나섰습니다.
“궁 대부께서는 백성을 걱정하시느라 밤낮을 가리지 못하십니다. 전하께서 너그러이 살펴주십시오.”
그 말은 궁지기를 구해 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왕의 귀에는 궁지기가 때와 장소를 모른다는 말로 들어갔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연회가 끝난 뒤 우공은 궁지기만 남겼습니다. 젊을 때처럼 작은 잔 두 개를 내오게 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궁궐 뜰에서 자랐지만 한 사람은 왕이 되었고 한 사람은 매번 문밖에서 이름을 알리고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잘했다고 말해 줄 수 없었나.”
궁지기는 처음으로 왕의 피곤한 얼굴을 제대로 보았습니다.
“나라를 지키셨습니다.”
“그 뒤에 할 말이 있겠지.”
궁지기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왕은 잔을 밀었습니다.
“그대는 내게 술을 권할 때도 독이 있는지 먼저 보게 하는군.”
궁지기는 잔을 들었습니다. 왕은 웃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마신 술은 오래전과 같은 것이었지만 같은 맛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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