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충언아이들의 그릇

제2장

아이들의 그릇

서당의 저녁은 그릇을 세는 일로 시작되었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한 번에 펼쳐 읽기

아이들의 그릇

서당의 저녁은 그릇을 세는 일로 시작되었습니다.

목생이 아이들 몫의 그릇을 늘어놓으면 소하가 깨진 가장자리를 안쪽으로 돌렸습니다. 미령은 어린아이의 몫을 먼저 덜었고, 계량은 솥에 남은 양을 보며 자기 밥을 줄였습니다. 계량은 숫자를 잘 알았습니다. 자신이 줄이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계산까지 잘했습니다.

궁지기는 그릇을 바꾸었습니다. 가장 적게 담긴 것을 자기 앞으로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은 모르는 척했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모두 조금씩 적게 담았습니다. 그날부터 궁지기는 밥을 푸는 일을 혼자 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닮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한 가지 얼굴만 남기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수는 아버지의 군번패를 목에 걸었습니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백도는 군복만 보면 돌을 집었습니다. 초목은 잠든 사람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의술을 배우고 싶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숨이 멎는 것을 먼저 알아차리면 누군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위담은 글자가 맞는지 물었습니다. 조린은 남의 싸움을 말리고 문밖의 소리에 먼저 고개를 돌렸지만 밤에는 이를 갈았습니다. 노문은 말을 더듬었습니다. 죽간에 적으면 누구보다 긴 문장을 썼습니다. 목생은 돌을 쌓았습니다.

채은은 동생이 없는데도 작은 아이들을 업었고, 어머니가 돌아올 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목생은 도랑을 막았다 열며 물길을 보았습니다. 위담은 어른들의 약속을 외웠습니다. 약속한 사람이 잊어버려도 아이는 잊지 않았습니다.

제서는 바둑돌을 닦았습니다. 아홉 살이었지만 판을 읽는 눈은 빠르게 자랐습니다. 아연은 누가 밥을 남기는지 보았습니다. 남긴 밥은 식은 뒤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의 재주를 벼슬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장수가 되고 누구는 재상이 되겠다는 말을 삼갔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쓸모로 증명해야 이 집에 남을 수 있다고 느낄까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왕궁 사람들은 서당을 인재를 기르는 곳이라고 불렀습니다.

궁지기는 그 말이 불편했습니다. 지금 그가 기르는 것은 사람의 재주보다 사람의 잠이었습니다. 밤마다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는 아이가 줄어들기를 바랐습니다. 밥그릇을 감추고 자는 손이 조금씩 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날 아연이 빈 그릇을 들고 물었습니다.

“나라가 이겼는데 왜 밥은 줄어듭니까?”

궁지기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 침묵을 처음에는 실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나중에는 배움의 일부로 기억하게 됩니다.

“그 물음을 잊지 마라.”

그가 말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누군가 네게 같은 것을 물을 것이다.”

무릎 아래의 흙

염숙은 남쪽 마을의 장부를 왕에게 올리기 전에 다시 쓰게 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전사자로, 달아난 사람은 유망민으로, 굶는 사람은 구휼 대상자로 나누었습니다. 말이 정돈되자 마을도 정돈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보고서에서 가장 길었던 것은 왕의 구휼을 찬양하는 서문이었습니다.

궁지기는 서문을 지웠습니다.

염숙은 지워진 죽간을 오래 보았습니다.

“대부께서는 남이 쓴 것을 고치는 데 주저함이 없으십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씨앗의 양입니다.”

“전하께 올리는 글입니다.”

“그래서 정확해야 합니다.”

염숙이 웃었습니다. 입술만 움직였습니다.

“정확한 말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그날 왕은 궁지기의 청을 절반만 허락했습니다. 창고의 보리는 풀되 군량 징발은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다시 간했습니다. 왕은 허락한 일보다 허락하지 않은 일만 듣는 것에 지쳤습니다.

“경은 늘 부족하다 하는군.”

궁지기는 무릎을 굽혔습니다. 조정의 흙바닥에 손을 대자 새벽에 뿌린 물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어릴 때 왕과 함께 달리던 뜰의 흙도 이랬습니다. 그때 우공은 넘어지면 궁지기의 손을 잡고 일어났습니다. 지금 그 손은 바닥에 놓여 있었습니다.

“백성의 힘이 바닥났습니다.”

“내가 그것을 모르는 줄 아는가.”

“아신다면 징발을 멈추셔야 합니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알고 있다는 말조차 궁지기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었습니다.

염숙은 그날 저녁 왕에게 남쪽 마을의 새 장부를 보여 주었습니다. 궁지기의 계산이 틀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백성을 생각하는 충정을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끝에 한마디를 붙였습니다.

“다만 백성들이 은혜를 누구에게 입었는지 잘못 알까 걱정됩니다.”

우공은 문서를 덮었습니다.

다음 날 궁지기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곡식을 나르는 수레마다 왕의 이름을 적은 깃발이 달려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깃발을 만졌습니다. 관리들은 궁지기에게 수레 앞에 서지 말라고 했습니다. 백성들이 누구에게 절해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수레보다 그를 먼저 알아보았습니다.

“대감이 해내셨군요.”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왕께서 내주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겸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목생이 물었습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왜 다르게 듣습니까?”

궁지기는 수레가 지나간 바퀴 자국을 보았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기다린 대답을 먼저 듣기도 한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자신도 왕에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조정에서도 그는 같은 방식으로 무릎을 꿇게 됩니다.

베개 밑의 군번패

진수는 밤마다 아버지가 성문을 두드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문을 열러 달려가면 발이 바닥에 붙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입에서 물이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기다리다 돌아갔습니다. 깨어나면 목에 걸린 군번패가 입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잠결에 깨물었던 것입니다.

옆에서 자던 백도가 그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죽었어.”

진수는 백도를 때렸습니다. 둘은 이불을 걷어차며 마당으로 굴러 나갔습니다. 목생이 떼어 놓았을 때 백도의 입술이 터져 있었습니다. 진수는 자기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울었습니다. 때린 것이 미안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백도가 맞아도 말을 거두지 않아서였습니다.

궁지기는 두 아이를 따로 앉혔습니다.

“네가 보았느냐.”

백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럼 네가 정할 일이 아니다.”

“기다리면 더 아프잖습니까.”

궁지기는 그 아이도 기다려 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백도는 불탄 마을의 우물 곁에서 사흘을 기다렸습니다. 누가 나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우물 곁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돌아왔을 때 자신이 없으면 또 헤어질까 봐 그랬습니다.

“아픔을 줄이려고 남의 기다림을 빼앗지는 마라.”

백도는 입술의 피를 닦았습니다.

“그럼 거짓말을 해 줍니까.”

“곁에 있어 주면 된다.”

말은 쉬웠습니다. 궁지기도 그날 밤 진수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대신 끊어진 군번패의 끈을 새로 꼬아 주었습니다. 진수는 그 끈을 매지 않고 베개 아래 넣었습니다.

다음 날 왕궁에서 잔치에 쓸 나무를 구한다는 사람이 왔습니다. 서당 뒤의 오래된 나무가 적당하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거절했습니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그 그늘에서 잤습니다.

“죽은 나무도 아닙니다. 베어도 다시 심으면 되지요.”

관리가 말했습니다.

목생은 대문 뒤에서 그 말을 들었습니다. 다리를 놓던 아버지에게도 누군가 비슷한 말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나무는 다시 구하면 된다고. 사람도 다시 모으면 된다고.

그날 목생은 아이들과 나무 둘레를 쟀습니다. 천에 옮기고 뿌리가 뻗은 자리까지 표시했습니다. 나무를 지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지만, 이름 없는 것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그 그림을 왕궁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벽에 걸었습니다. 아이들이 한 일은 바로 효력이 생기지 않아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여름이 왔을 때 그 나무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잤습니다. 진수는 그날 처음으로 군번패를 손에 쥐지 않고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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