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돌과 씨앗
제서는 바둑을 이기는 놀이로 배웠습니다.

제서는 바둑을 이기는 놀이로 배웠습니다.
궁지기는 처음에 아이에게 일부러 져 주지 않았습니다. 제서는 사흘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넷째 날 돌을 놓지 않고 물었습니다.
“제가 어디까지 지는지 보시는 겁니까?”
“네가 어디서 다시 생각하는지 보고 있다.”
“계속 지면 생각도 싫어집니다.”
궁지기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부터 한 판을 끝내지 않았습니다. 돌 열 점을 놓고 서로 자리만 바꾸었습니다. 제서는 자신이 버린 쪽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스승이 강해서 이긴 줄 알았는데 돌의 자리가 강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목생은 잡은 돌을 성벽처럼 쌓았습니다. 계량은 집을 세었습니다. 소하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어디에 돌을 둘지보다 언제 손이 멈추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같은 수인데 왜 누구에게는 통하고 누구에게는 안 통합니까?”
소하가 물었습니다.
“판 위의 돌만 보고 두지 않기 때문이다.”
궁지기는 대답한 뒤 주의를 보탰습니다.
“상대가 겁내는 것을 안다고 해서 늘 그것을 건드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백도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전쟁에서는 건드리겠지요.”
“그래서 전쟁을 하는 자에게 더 많은 것을 물어야 한다.”
그날 궁지기는 패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제서는 곧바로 패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 먼저 돌을 두었습니다. 스승이 받아 주자 그제야 패를 따냈습니다.
“왜 거기에 두었느냐.”
“여기를 살리고 싶으신지 알고 싶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제서는 자신이 무슨 큰 말을 했는지 몰랐습니다. 돌통에서 깨진 돌을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훗날 궁지기는 그날의 수업을 기억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이기는 수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려는 사람인지 묻는 수. 어린 제자에게서 배운 것을 가장 무거운 자리에서 쓰게 될 줄은 그때 알지 못했습니다.
저녁에 노문이 죽간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바둑을 배우는 동안 적은 글이었습니다. 한쪽에는 돌의 자리, 다른 쪽에는 아이들의 말을 적었습니다. 궁지기가 왜 적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노문은 몇 번 입을 열었다 닫았습니다.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글을 가리켰습니다.
사람은 나중에 자기가 한 말을 다르게 기억합니다.
궁지기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습니다.
“내 말도 적어 두어라.”
노문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틀릴 때도요?”
“그럴 때는 더.”

겨울이 오기 전 서당에 낯선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위담이 데려왔습니다. 같은 또래인데 팔에 굵은 줄이 묶여 있었습니다. 줄 끝은 끊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물을 마실 때도 손목을 소매 안에 감췄습니다. 궁지기는 줄을 먼저 잘라 주지 않았습니다. 만져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칼이 가까이 오자 눈을 감았습니다.
줄 아래 살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초목이 물을 가져왔습니다. 혜가 아직 오기 전이라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돌보았습니다. 초목은 물을 너무 뜨겁게 데웠다가 다시 식혔습니다. 배우지 못한 친절은 때때로 아프게 했습니다. 아이는 아파도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 주인이 찾아왔습니다. 전쟁 때 거두어 기른 아이라고 했습니다. 먹여 살린 곡식이 있으니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그 사람을 보자 의자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궁지기는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부모를 찾았습니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부모를 어떻게 찾습니까.”
“그럼 돌려줄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있었던 것입니까.”
“제가 먹였습니다.”
주인은 같은 말을 했습니다. 먹인 일은 사실이었습니다. 밭일을 시킨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아이가 달아나면 묶어 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어느 사실이 다른 사실을 허락하는지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습니다.
궁지기는 곡식값을 물었습니다. 위담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스승이 아이를 사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은 처음보다 높은 값을 불렀습니다. 궁지기는 장부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먹인 날과 일한 날을 함께 적어 오라고 했습니다.
주인은 화를 내며 돌아갔습니다. 이튿날 관리와 함께 왔습니다. 남의 재산을 감췄다는 고발이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가 재산인지 먼저 판정하라고 청했습니다. 관리는 곤란한 얼굴로 양쪽을 보았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는 묻지 않았습니다.
위담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저 아이한테도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관리가 아이를 꾸짖었습니다. 궁지기는 위담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친척이 사는 마을로 보내졌습니다. 궁지기가 수소문한 끝에 외삼촌을 찾았습니다. 주인에게는 곡식을 조금 주었습니다. 위담은 그 일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잘못한 사람에게 왜 주셨습니까?”
“다툼이 길어지면 저 아이가 기다려야 했다.”
“그러면 다음에도 데려와서 묶겠지요.”
궁지기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한 사람을 구하는 방법이 다음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위담은 그날부터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한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고도 아이를 돌려받을 수 있는 문장을 찾고 싶었습니다. 훗날 그는 그 문장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문장을 지우게 됩니다. 그때마다 의자 밑에 숨은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요.

아연은 봄에 심을 씨앗과 겨울에 먹을 곡식이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늦게 배웠습니다.
구휼하러 간 집에서 여자가 씨앗 자루를 솥에 붓고 있었습니다. 계량이 말리자 여자가 빈 그릇을 보였습니다. 내년에 먹을 것을 지키다가 오늘 아이가 죽는다고 했습니다.
계량은 궁지기가 씨앗만은 남기라고 한 말을 기억했습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눈앞의 아이는 배가 부풀어 있었습니다. 배가 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계량은 자루를 잡은 손을 놓았습니다.
서당에 돌아와 아이는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씨앗을 먹게 두었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일 그 집에 가져갈 것을 함께 찾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창고를 열었습니다. 나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목생이 이웃집의 부서진 문을 고쳐 주고 곡식을 받았습니다. 소하는 시장 상인의 장부를 읽어 주었습니다. 목생은 무너진 돌담을 쌓았습니다. 아연은 가장 어린아이를 업어 그 어머니가 밭에 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며칠 뒤 그 집에 씨앗이 다시 생겼습니다. 계량은 기뻐하면서도 장부에 받은 것보다 준 것이 많다고 적었습니다. 궁지기는 그 장부를 보고 물었습니다.
“누구의 장부냐.”
“우리 장부입니다.”
“그 집의 장부에는 무엇이 늘었겠느냐.”
계량은 생각했습니다. 씨앗과 밥과 일할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 쪽의 줄어든 양과 함께 적을 칸은 없었습니다.
궁지기는 새 죽간을 내주었습니다.
“칸이 없으면 만들어라.”
아이는 오래 그 말을 기억했습니다. 훗날 숫자를 속이려는 사람들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칸을 새로 만들면 빚이 이익으로 바뀌고 징발이 자발적인 헌납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장 하나가 누구에게 쓰이느냐에 따라 다른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해 봄 씨앗을 먹었던 집에 싹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구경하러 갔습니다. 여자는 머리를 숙였고 궁지기는 같이 허리를 굽혔습니다. 자신이 곡식을 준 사람처럼 서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일을 했고 여자가 버텼고 이웃이 땅을 빌려 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연은 물었습니다.
“나라의 창고는 왜 저렇게 하지 않습니까?”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것은 함께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정한 것처럼 정하면 되잖아요.”
궁지기는 웃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 단순한 일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매일이었습니다.
그날 아연은 자기 그릇 아래에 곡식 세 알을 남겼습니다. 내일 먹을 것이었습니다. 계량이 그것을 보고 작은 천 주머니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 아이는 어느 쪽이 씨앗이고 어느 쪽이 밥인지 서로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때에 따라 둘 다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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