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바둑판의 퇴로
궁지기는 가운데를 보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가운데를 보지 않았습니다.
손이는 그것이 이상했습니다. 가운데의 백 한 수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궁지기 같은 사람이 모를 리 없었습니다. 그러나 백은 변의 작은 무리를 움직였습니다. 잡힐 듯한 돌들이 한 줄씩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돌들을 모두 살리시겠습니까.”
손이가 물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다른 곳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궁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손이는 돌을 들었습니다. 변을 막으면 백은 안쪽으로 돌아야 했습니다. 그 길에는 이미 흑이 있었습니다. 돌은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우나라를 떠나실 생각입니까?”
궁지기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백돌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았습니다. 가장자리가 조금 깨진 돌이었습니다.
“이 돌은 왜 가져오셨습니까?”
“아이가 버리지 않았습니다.”
“금이 갔군요.”
“그래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손이는 창문 밖을 보았습니다. 군사들의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곧 이 군사들에게 우나라 성으로 들어가라고 명해야 했습니다. 그 명령에는 망설임을 넣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는 변을 막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을 이었습니다.
백에게 길이 생겼습니다.
궁지기는 곧바로 돌을 놓지 않았습니다. 손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서로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오래 보았습니다.
“돌아보지 않고 나갈 수 있겠습니까?”
손이가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가게 하겠습니다.”
“그대는요.”
궁지기는 판에 눈을 내렸습니다.
“저까지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손이는 그 대답을 믿었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쉽게 내놓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바둑판 옆에 놓인 군용 목패 하나를 뒤집었습니다. 뒷면에는 동쪽 산길을 지나는 보급대의 표식이 있었습니다.
“이 길은 해 뜨기 전이 비어 있습니다. 세 번째 굽이에서 큰길을 버리십시오.”
궁지기는 목패를 집지 않았습니다.
손이가 밀었습니다.
“그대가 가르친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우나라에 남는 것도 있겠지요.”
궁지기는 한참 뒤 목패를 받았습니다.
바둑은 끝까지 두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돌 두 개를 판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손이는 기권을 받아들였습니다. 자기가 형세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오해는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었습니다.

궁지기가 역관에서 돌아온 날, 관리가 압수한 죽간 일부를 돌려주었습니다.
지형도는 없었습니다. 곡식 장부도 없었습니다. 노문이 적은 꿈 이야기만 돌아왔습니다. 묶음의 순서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바닥에 펼쳐 원래대로 맞추었습니다. 한 장이 모자랐습니다.
그 장에는 궁지기가 조정에서 돌아와 했던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왕이 들으셨지만 받아들이지 않으셨다는 날의 기록이었습니다. 궁지기는 노문에게 그 장을 다시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스승의 말을 기억해서 적었습니다.
밤에 궁지기는 아이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혜도 함께 앉았습니다. 떠난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보았습니다. 말하는 동안 보지 못할까 봐 먼저 보았습니다.
“이곳을 떠나야 한다.”
백도가 먼저 물었습니다.
“왕이 보내십니까?”
“아니다.”
“그러면 도망입니까?”
궁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서로를 보았습니다. 목생은 바닥의 나뭇결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가장 큰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은 것이 서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먼저 들었더라면 다른 아이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을 것 같았습니다.
소하가 물었습니다.
“다 같이 갑니까?”
“같이 간다.”
그제야 아이들의 어깨에서 조금 힘이 빠졌습니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가 남느냐가 더 두려웠습니다.
“돌아옵니까?”
채은이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르겠다.”
채은은 울지 않았습니다. 대신 문간에 비워 둔 자리를 보았습니다. 궁지기는 그 자리의 작은 방석도 가져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접어 가슴에 안았습니다.
제서는 모두 흩어진 뒤 궁지기에게 다가왔습니다.
“돌이 줄었습니다.”
궁지기는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깨진 흰 돌이 없었습니다. 역관의 판 위에 놓고 온 것이었습니다.
“두고 왔다.”
“찾아오실 겁니까?”
궁지기는 주머니를 묶었습니다.
“누군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제서는 그 말이 돌에 관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물을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염숙은 궁지기가 역관에 머문 시간을 따졌습니다.
바둑 한 판을 두기에는 길고 정사를 의논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쪽으로 읽어도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왕은 누가 함께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무도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염숙은 압수한 지형도를 펼쳤습니다.
“성 뒤의 산길까지 그려 놓았습니다.”
우공은 그림을 보았습니다. 선이 고르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더 이상했습니다. 궁지기가 어른에게 맡기지 않고 아이들을 이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궁의 길도 있느냐.”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이라는 말이 왕에게 남았습니다.
염숙은 노문의 기록을 내밀었습니다. 왕이 듣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왕은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었습니다. 자신과 궁지기의 대화가 아이들 앞에서 판단을 받고 있었습니다.
“돌려주게.”
우공이 말했습니다.
염숙은 잠시 멈췄습니다.
“이대로 두시면……”
“아이의 글이라며.”
왕은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염숙이 물러간 뒤에도 그 글을 읽었습니다. 궁지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왕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용서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밤 우공은 궁지기에게 문서를 보냈습니다. 한동안 조정에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건강을 돌보라는 말이 앞에 있었고 특별한 허락 없이 성을 나가지 말라는 말이 뒤에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문서를 두 번 읽었습니다.
혜가 물었습니다.
“갈 수 없게 되었습니까?”
“아직 아이들까지 막지는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자신이 왕의 문장에서 틈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왕의 뜻을 헤아리려고 읽었습니다. 이제는 왕의 뜻이 미치지 못하는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목생에게 수레를 두 대로 나누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친척집으로 보내는 것으로 적었습니다. 친척이 없는 아이들의 친척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노문은 이름을 쓰다가 물었습니다.
“거짓으로 적어도 됩니까?”
궁지기는 붓을 받아 자기가 썼습니다.
“이것은 내가 적은 것으로 남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