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마지막 충언

떠나기 사흘 전 궁지기는 남쪽 마을에 갔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책으로 읽기

돌려줄 수 없는 것

떠나기 사흘 전 궁지기는 남쪽 마을에 갔습니다.

인장을 반납하기 전에 처리할 일이 있었습니다. 다리 잃은 병사의 군적은 아직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서리는 증인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병사의 얼굴을 가리켰습니다.

“이 사람이 여기 있지 않은가.”

“전쟁터에서 그 이름으로 복무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병사는 말없이 웃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들은 말이었습니다.

궁지기는 자신을 증인으로 적었습니다. 직접 함께 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군량 문서의 표식와 부대 이동 기록을 모았습니다. 서리는 귀찮은 듯 죽간을 넘겼습니다. 결국 수정이 허락되었습니다.

병사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살아 있는 장부를 받았습니다. 보상금은 나중에 나온다고 했습니다. 나라가 그때까지 있을지 궁지기는 알지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병사가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그 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다리를 돌려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몇 해 동안 잘못된 장부에 묶어 둔 것을 겨우 풀었을 뿐이었습니다.

밖에서 이장이 기다렸습니다. 궁지기가 떠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이장이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길만 알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노인과 병자, 씨앗을 묻어 둔 사람들까지 모두 옮길 수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면 자기 선택이 더 작아질 것 같았습니다.

“큰길에서 벗어나 계십시오. 군대가 돌아오는 동안에는 성으로 모이지 마시고.”

“그다음은요.”

궁지기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장은 손에 쥔 모자를 돌렸습니다.

“대감도 모르는군요.”

“그렇습니다.”

그제야 이장의 얼굴에서 화가 조금 빠졌습니다. 그는 모두 아는 사람이 혼자 달아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몇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모습은 원망스럽지만 조금 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궁지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받은 곡식 한 자루를 실었습니다.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장이 수레에 올렸습니다.

“저 아이들도 우리 마을에서 나온 아이가 있소.”

궁지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이들을 자신만의 책임처럼 여긴 오만을 처음 보았습니다. 아이들 그릇의 밥에는 여러 사람의 굶주림이 조금씩 들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르는 이름

우공은 궁지기를 다시 불렀습니다. 괵나라 멸망을 축하하는 연회에도 나오지 않고 손이와 바둑을 두었다는 말이 왕의 귀에 들어간 뒤였습니다.

정식 조정이 아니었습니다. 왕의 작은 방이었습니다. 궁지기가 들어가자 왕은 오래된 나무상자 하나를 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이 가지고 놀던 돌과 짐승 뼈가 들어 있었습니다. 왕은 왜 그것을 꺼냈는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손이는 무엇을 묻던가.”

“아이들의 수를 물었습니다.”

“그대에게 벼슬을 권하지는 않았고?”

“권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안도한 것인지 실망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궁지기는 떠나는 일을 말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왕이 먼저 서당을 왕궁 가까이 옮기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나라에서 돌보겠다고 했습니다. 넓은 집과 곡식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호의일 수 있었습니다. 감시이기도 했습니다. 두 가지를 구분하려면 왕의 마음을 끝까지 알아야 했습니다. 궁지기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지금 집에 익숙한 아이들입니다.”

왕의 손이 멈췄습니다.

“아이들을 핑계로 과인의 곁에 오기 싫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는 늘 그렇지 않다고 하지. 그런데 결과는 늘 같아.”

궁지기는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왕은 그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서 마주 보았습니다.

“귀환하는 군대를 성 안에 들이지 마십시오.”

우공은 상자를 닫았습니다.

“그 말은 끝났다.”

“저에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대가 끝내게.”

궁지기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충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의 길이도, 소리도 전과 다르지 않았는데 그 뒤에는 더 이상 조정으로 돌아오는 길이 없었습니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왕이 불렀습니다.

“지기야.”

벼슬을 하기 전 부르던 이름이었습니다.

궁지기가 돌아보았습니다. 우공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물그릇을 집었습니다.

“밤길을 조심하게.”

궁지기는 왕이 자신이 떠날 것을 알고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묻지 않았습니다. 묻는 순간 왕도 대답해야 했습니다.

그는 깊이 절했습니다. 왕은 그 절이 평소보다 길다는 것을 보았지만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짐의 무게

아이들은 각자 한 보따리만 싸기로 했습니다.

궁지기는 처음에 책을 많이 가져가려 했습니다. 죽간은 무거웠습니다. 목생이 수레에 올리다가 바퀴가 기울었습니다. 아이들이 둘러서서 밀었습니다. 궁지기는 그제야 책을 내렸습니다.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일이 글을 읽는 것보다 어려웠습니다. 왕의 명령을 정리한 기록과 조상들의 예법, 옛 전쟁의 해설이 바닥에 쌓였습니다. 노문은 자기 기록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책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그 묶음을 수레 맨 안쪽에 넣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곳에 없다.”

노문은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위담은 약속을 적은 죽간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지켜지지 않은 것을 남기려다가 다시 합쳤습니다. 지켜진 것만 가져가면 세상이 달라 보일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기록이 아니라 바람이었습니다.

채은의 보따리가 가장 컸습니다. 어머니 자리에 놓던 방석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는 줄여 보려고 눌렀지만 방석은 다시 부풀었습니다. 혜가 솜을 조금 빼고 천을 고쳐 주었습니다. 채은은 빠진 솜까지 챙기려 했습니다.

“이것은 여기 남겨 두자.”

혜가 말했습니다.

“돌아오시면 추우실 텐데요.”

혜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솜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 함께 묶었습니다.

백도는 돌을 여러 개 감췄습니다. 던지기 좋은 돌들이었습니다. 궁지기는 그중 하나만 남기게 했습니다. 백도는 화를 냈습니다.

“맞기만 하라고 가르치셨습니까?”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리는 데 쓰지 마라.”

백도는 돌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나는 끝내 손에 쥐고 잤습니다.

제서는 바둑돌을 모두 가져가려 했습니다. 계량이 세어 보더니 절반은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서는 잡힌 돌을 다시 쓰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둘은 작은 판을 천에 그렸습니다. 길 위에서도 접어 넣을 수 있는 판이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이 줄이는 짐을 보며 자기 인장을 꺼냈습니다. 그것 하나의 무게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건너지 못할 길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인장을 왕에게 돌려보냈습니다. 편지는 쓰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말을 글로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