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왕의 인장
진나라 선발대는 우나라의 술을 마셨습니다.

진나라 선발대는 우나라의 술을 마셨습니다.
상을 뒤집지도, 여자를 끌어내지도 않았습니다. 군량을 받고 말먹이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은 역시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습니다. 술값을 받은 주인은 그날 장사를 오래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오래 기억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성문을 맡은 우나라 병사는 진나라 군사에게 교대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지친 손님을 빨리 쉬게 하려는 친절이었습니다. 진나라 군사는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 말도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염숙은 손이를 맞았습니다. 괵나라 왕이 달아난 일을 두고 웃었습니다. 손이는 웃지 않았습니다.
“우공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군사를 정돈한 뒤 인사드리겠습니다.”
염숙은 그것을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옷을 벗고 왕 앞에 들려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손이가 실제로 정돈한 것은 궁문으로 갈 부대와 창고로 갈 부대였습니다.
해가 진 뒤 성문에서 작은 다툼이 났습니다. 진나라 수레가 문지방을 넘다가 바퀴가 빠졌습니다. 우나라 병사들이 함께 밀었습니다. 문을 닫을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염숙이 보고를 받았을 때는 아직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수레 하나 때문에 군대를 의심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보고는 군사들이 성벽 계단을 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길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보고를 가져온 병사는 얼굴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창을 놓고 도망쳤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염숙은 그를 꾸짖으려다가 문밖의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왕궁을 지키는 군사의 걸음과 달랐습니다.
우공은 그때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릇에는 따뜻한 국이 있었습니다. 왕이 처음 물은 것은 어느 성문이냐는 말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누가 명령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세 번째로 궁지기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왕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그제야 시종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떠나셨습니다.”
왕은 알고 있었습니다. 상자도 받았습니다. 인장도 책상 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까지 궁지기는 부르면 오는 사람으로 왕의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염숙은 도망칠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멍청해서는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자기 설명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진나라는 약속을 지킬 것이고, 작은 충돌은 수습할 수 있고, 왕에게 시간을 벌어 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도 왕 앞에 서 있었습니다.
우공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칼집이 의자에 걸려 한 번 멈췄습니다. 시종이 풀어 주었습니다. 그 짧은 도움조차 왕에게는 수치였습니다.
“그대가 길을 열라 했다.”
왕이 말했습니다.
염숙은 입을 열었습니다.
“전하께서……”
말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왕의 얼굴을 보고서야 자기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결정하셨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신이 잘못 헤아렸습니다.”
염숙이 엎드렸습니다.
왕은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자기 잘못을 넣을 자리가 없는 문장이었습니다. 모든 잘못을 한 사람에게 모으면 다른 사람이 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궁지기를 모함한 것도 그대인가.”
염숙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모함한 말이 있었고 사실을 비튼 말이 있었습니다. 왕이 듣고 싶어 한 말을 먼저 알아차린 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왕이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면 그 말들이 힘을 얻었을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더 말해도 왕이 듣지 않을 것을 처음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왕은 처형을 명했습니다.
집행할 병사가 부족했습니다. 궁문에서 싸우던 병사 하나가 불려 왔습니다. 그는 손을 떨었습니다. 염숙은 관복의 끈을 스스로 풀었습니다. 죽음의 모습은 길게 남지 않았습니다. 비명이 짧았고 뒤의 침묵이 길었습니다.
우공은 등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성문을 빼앗겼다는 보고가 계속 왔습니다. 창고가 점령되었다는 소식도 왔습니다. 염숙이 죽으면 사라져야 할 잘못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왕은 칼을 내려놓았습니다. 그제야 누군가를 죽이는 명령과 나라를 구하는 명령이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알았습니다.
그는 시종에게 궁지기의 인장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시종은 왜 필요한지 묻지 않았습니다.

우공은 인장을 쥔 채 마지막 명령을 내렸습니다.
백성들을 왕궁 안으로 들이라고 했습니다. 궁문을 닫고 버티면 진나라 군대와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군사들은 명령을 전하러 나갔습니다.
그때 노장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서쪽의 작은 문이 아직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백성을 안으로 모으지 말고 그 문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공은 노장을 보았습니다.
“과인은 여기 남고 백성만 달아나란 말인가.”
“살 수 있는 사람부터 내보내셔야 합니다.”
왕은 노장의 얼굴에서 궁지기의 표정을 찾았습니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궁지기만 자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자신을 막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어 두어라.”
왕이 말했습니다.
노장은 엎드렸습니다. 감사를 올릴 시간도 없이 달려 나갔습니다. 서쪽 작은 문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갔습니다. 다리 잃은 병사가 어린아이를 업었습니다. 이장은 노인을 부축했습니다. 누가 왕의 명령인지 묻자 노장은 맞다고 했습니다.
그 일은 나라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왕의 다른 잘못을 지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으로 나온 사람들은 살았습니다.
진나라 군사가 왕궁 안뜰에 들어왔습니다. 손이는 군사를 뒤따라 걸었습니다. 우공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도망갈 곳이 없어서이기도 했습니다. 궁지기의 인장은 손에 감추었습니다.
“길을 내주었다.”
왕이 말했습니다.
손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가가 이것인가.”
“군주의 명을 받았습니다.”
왕은 웃었습니다. 궁지기는 왕명을 거슬렀고 손이는 왕명을 받들었습니다. 어느 쪽이 자신을 망하게 했는지 그 순간에는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손이는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했습니다. 우공은 칼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칼은 염숙이 죽은 방에 남아 있었습니다.
포박하려던 병사가 왕의 손을 펴게 했습니다. 인장이 떨어졌습니다. 흙 위에서 한 번 구르다가 멈췄습니다. 손이는 그것을 주워 우공의 옷 안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 작은 행동을 왕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손이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