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멸망의 아침

왕을 살려 두라는 말은 처음 명령서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책으로 읽기

명령을 받든 사람

왕을 살려 두라는 말은 처음 명령서에 없었습니다.

죽이라는 말도 앞장에는 없었습니다. 뒷장에 반항하는 옛 지배자를 남기지 말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손이는 그 문장을 읽을 때 이미 뜻을 알았습니다. 우공이 항복하면 어떤 이름으로 처리할지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부장은 시간을 재촉했습니다. 성 안의 저항이 끝나기 전에 왕의 운명을 알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손이는 창밖을 보았습니다. 동이 트려면 멀었습니다. 사람들이 숨어 있는 집마다 불빛이 꺼졌습니다.

우공은 마지막으로 궁지기가 잡혔느냐고 물었습니다.

“잡히지 않았습니다.”

손이가 답했습니다.

“달아났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습니다.”

왕은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 말이 비겁함인지 다행인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궁지기를 원망할 수 있어서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토록 위태로운 줄 알았다면 어찌 나를 두고 갔는가.”

손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를 변호하는 말은 왕의 마지막 자존심을 찌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침묵이 자비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날 그 사람을 죽게 할 지휘관이었습니다.

우공은 물을 청했습니다. 잔을 들다가 손을 떨었습니다. 시종이 받쳐 주었습니다. 왕은 처음에는 밀어냈다가 다시 손을 맡겼습니다.

처형은 새벽 전에 끝났습니다. 왕의 죽음도 염숙의 죽음처럼 길게 서술될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은 자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시종은 왕의 옷을 펴 놓았고 병사는 명령서에 획을 그었습니다. 부장은 성 안에 우공이 죽었다고 알렸습니다.

손이는 방으로 돌아와 손을 씻었습니다. 피가 묻지 않은 손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래 씻었습니다. 깨끗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날 그는 우나라의 제사를 이어 가게 하라는 별도의 명령도 받았습니다. 살아 있는 군주는 없애고 죽은 조상의 이름은 보전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손이는 두 명령서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같은 인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없는 나라의 아침

우나라가 없어졌다는 소식은 시장에서 먼저 팔렸습니다.

도망쳐 나온 사람이 빵 한 조각을 받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 이야기로 다음 마을에서 잠자리를 구했습니다. 옮겨 갈수록 죽은 수가 늘었고 불탄 집도 늘었습니다. 어떤 소식에는 궁지기까지 죽어 있었습니다.

소하가 먼저 들었습니다. 아이는 바로 달려오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말한 사람에게 어디서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직접 본 것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을 나누었습니다. 어른은 귀찮아했지만 빵을 더 주자 이야기했습니다.

서당 아이들은 빈집 안에 모였습니다. 궁지기가 소식을 전했습니다. 왕이 잡혔고 죽었다고 했습니다. 염숙도 죽었다고 했습니다. 괵나라 역시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백도는 웃었습니다. 웃음이 곧 멎었습니다. 스승의 얼굴을 보고 멈춘 것이 아니라 웃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미워하던 나라가 사라졌는데 자기 배고픔은 그대로였습니다.

진수는 문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올 나라가 없어졌습니다. 목에 걸린 군번패가 갑자기 다른 물건이 된 것 같았습니다.

채은은 방석을 폈습니다. 아연은 밥그릇을 닦았습니다. 초목은 노인의 맥을 짚었습니다. 누구도 같은 방식으로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에게 왕의 마지막 말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쪽 문이 열려 백성들이 빠져나왔다는 소식은 전했습니다. 왕의 명령이었다고 했습니다.

백도가 물었습니다.

“그럼 좋은 왕입니까?”

“그 한 가지로 정할 수 없다.”

“나쁜 왕이라고만 하면 안 됩니까?”

궁지기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살아 나온 사람에게 그 문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의 잘못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미워할 사람 하나를 정하면 마음이 덜 복잡해졌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에게 복잡함까지 견디게 하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자 그는 혜에게 조용히 부탁했습니다. 며칠 다녀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혜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먼저 말씀하십시오.”

궁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장 어려운 조정이 자기 앞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조정

궁지기는 아이들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잘못을 빌기 전에 자기 선택을 설명했습니다. 왕의 시신이 성 안에 남아 있고, 거두어 줄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돌아가 확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백도가 먼저 말했습니다.

“우리를 죽일 수도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렇다.”

“선생님도 쫓아냈습니다.”

궁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왜요?”

궁지기는 충성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무엇인지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왕의 잘못을 견디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거기에 있다.”

아이들은 침묵했습니다. 그 대답은 작았습니다. 그 작은 이유로 위험한 길에 돌아간다는 것이 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위담은 법대로 왕을 묻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그 법을 지킬 나라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조린은 다른 죽은 사람도 많은데 왜 왕부터 찾아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모두 옳은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옳다고만 하지 마세요.”

소하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안 된다고 해도 가실 거잖아요.”

궁지기는 그 말 앞에서 오래 멈췄습니다. 왕에게도 자신은 그렇게 보였을까요. 대답을 정한 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는 오늘 떠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틀 동안 아이들의 거처를 정하고 함께 의논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면 돌아가지 않는 선택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지킬 수 있을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했습니다.

그날 밤 아이들은 스승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백도는 보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진수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신이 어떤 것인지 안다고 했습니다. 목생은 혼자 가게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혜가 끼어들지 않고 들었습니다.

새벽에 아연이 결론을 가져왔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대신 저희가 어디서 기다릴지 먼저 정해 주세요.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면 누가 어떻게 알려줄지도요.”

궁지기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이들은 그의 마음을 꺾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남길 일을 보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