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왕의 수레

궁지기는 성문을 지날 때부터 죽은 나라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책으로 읽기

돌아온 사람의 부탁

궁지기는 성문을 지날 때부터 죽은 나라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집이 모두 탄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장도 다시 열리고 있었습니다. 냄새는 버려진 솥과 끊긴 대화, 새 깃발 아래 고개를 숙인 사람들에게서 났습니다. 예전과 비슷한 거리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침묵했습니다.

그는 이장에게 먼저 소식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성으로 들어가며 돌아오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산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장터에서 만날 날짜만 알려주었습니다.

이장은 궁지기의 소매를 잡았습니다.

“무엇을 더 하러 오셨소.”

“거둘 사람이 있습니다.”

이장은 손을 놓았습니다. 누구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손이는 왕궁 바깥 작은 방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바둑판은 펴지 않았습니다. 둘 사이에 놓일 만한 것이 이미 너무 많았습니다.

“돌아보지 않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으셨지요.”

손이가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안전합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궁지기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손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묻지 말았어야 할 것을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왕의 주검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시신과 머리를 함께 거두겠다고 했습니다. 손이는 한동안 침묵했습니다. 누구도 그 요청을 먼저 하지 않았습니다. 왕의 친족은 달아났고 시종은 흩어졌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살아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어디에 묻으시겠습니까.”

“모르는 곳입니다.”

“그대도 모르는 곳에?”

“이름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손이는 자기가 명령한 죽음이 누구의 손으로 끝나는지 보았습니다. 그 손은 아이들의 글을 고치던 손이었습니다. 왕의 잘못을 막으려 했던 손이었습니다. 이제는 왕의 몸을 덮으려 했습니다.

“그분이 그대를 원망했습니다.”

손이가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눈을 들었습니다.

“살아 계실 때도 그러셨습니다.”

대답은 담담했습니다. 용서했다는 말도, 이해한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손이는 내주라고 명했습니다. 군사 둘을 붙이려 하자 궁지기가 거절했습니다. 수레 한 대만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따라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헤어지기 전 손이가 작은 돌을 내밀었습니다. 깨진 흰 돌이었습니다.

“그 수를 보았습니다.”

궁지기는 돌을 받았습니다.

“늦게 보셨군요.”

손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엇에 늦었다는 말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수레를 돌려놓은 사람

궁지기는 해가 지기 전에 서쪽 문을 나왔습니다.

수레에는 흰 천으로 싼 짐이 실렸습니다. 길을 지나던 사람은 묻지 않았습니다. 그즈음 성에서는 죽은 사람을 실은 수레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왕의 옷깃만 보이지 않게 가렸습니다. 귀한 천이 보이면 살아 있는 사람이 달려들 수 있었습니다.

다리 잃은 병사가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이장이 보냈다고 했습니다. 수레를 조금 밀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병사는 듣지 않고 손을 댔습니다.

“큰길까지만 갑니다.”

병사가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더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둘은 말없이 수레를 밀었습니다. 바퀴가 구덩이에 빠지면 궁지기가 들고 병사가 받쳤습니다. 죽은 왕을 옮기는 데 왕이 내보낸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사람이 힘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갈림길에서 병사가 물었습니다.

“누굽니까?”

궁지기는 잠시 멈췄습니다.

“오래 알던 사람입니다.”

병사는 천 아래의 모양을 보았습니다. 더 묻지 않았습니다. 알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습니다. 알아도 달라질 것이 없어서일 수도 있었습니다.

“잘 묻어 주시오.”

그가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말을 왕에게 바치는 마지막 예처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병사는 이름 모르는 죽은 사람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무거웠습니다.

이틀 뒤 수레는 빌린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바퀴에 산의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궁지기가 어디서 묻었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수레를 받은 병사는 밑판을 닦으며 뿌리 하나를 떼어 냈습니다.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풀이었습니다.

손이는 돌아온 수레를 보라는 말을 듣고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궁지기가 아이들에게 돌아갔는지 물었습니다. 병사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손이는 더 찾아보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알고 있는 길은 한 번 열어 준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다시 찾는 순간 길은 추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손이는 복기한 판을 치웠습니다. 깨진 백돌이 있던 자리가 비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를 다른 돌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다시 세는 그릇

궁지기가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조린이었습니다. 발소리가 달랐다고 했습니다. 피곤해서 한쪽 발이 조금 끌렸습니다. 채은이 달려 나가다 멈췄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문턱까지 나왔습니다.

위담은 약속한 날보다 하루 늦었다고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이장이 전한 소식을 받았는지 물었습니다.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하루는 하루라고 했습니다.

“맞다.”

궁지기는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혜는 발을 씻을 물을 가져왔습니다. 손에는 작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땅을 팠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의 그릇을 하나씩 보았습니다. 자기 것이 하나 더 놓여 있었습니다. 그릇 수를 세다가 목이 막혔습니다.

“돌려받으셨습니까?”

제서가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깨진 흰 돌을 내밀었습니다. 검은 돌도 함께 놓았습니다. 제서는 두 돌을 만져 보았습니다. 자기가 준 검은 돌보다 돌아온 흰 돌에 흙이 더 묻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왕을 어디에 묻었는지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산에 묻었다고 했습니다. 어느 산이냐고 물었을 때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백도가 말했습니다.

“나라를 잃게 한 사람입니다.”

“안다.”

“그런 사람도 묻어 줘야 합니까?”

궁지기는 물그릇을 내려놓았습니다.

“너희가 나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는 그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스승은 늘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 행동을 아이들에게 규칙으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왜 가셨는지는 다시 물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위담이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곳에 누워 있는 것을 알고도 밥을 먹기가 어려웠다.”

그 말은 나라와 충성보다 작았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승이 자기 마음을 대의라는 큰 말 뒤에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밥이 식었습니다. 아연이 다시 데우려 하자 궁지기가 그대로 먹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도 앉았습니다. 숟가락 소리가 났습니다. 나라가 사라진 뒤에도 누군가는 저녁을 먹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