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국서

소하는 말의 빠르기보다 사람이 대답하기 전에 숨을 쉬는 자리를 잘 알았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책으로 읽기

괵나라에서 온 여자

소하는 말의 빠르기보다 사람이 대답하기 전에 숨을 쉬는 자리를 잘 알았습니다.

괵나라에서 온 여자는 성문 앞에서 세 번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세 해 동안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다시 군대가 모인다는 소문을 듣고 온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상인이라고 했습니다. 등에 멘 짐에는 어린아이의 신발이 있었습니다. 관리가 아이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여자는 처음으로 말을 멈췄습니다.

소하는 궁지기의 소매를 당겼습니다.

“그건 묻지 마세요.”

궁지기는 여자를 서당으로 데려왔습니다. 여자는 이름을 묻자 혜라고 했습니다. 성을 더 묻지 않았습니다. 미령이 물을 내주었고 채은이 신발을 말려 주었습니다. 신발 안에서는 작은 돌 하나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넣어 두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혜는 밤이 되어서야 입을 열었습니다. 세 해 전 국경의 집을 버리고 나올 때 시어머니가 남았다고 했습니다. 걸을 수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기 집을 떠나면 아들이 돌아올 곳이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채은은 그 말을 듣고 문간의 빈자리를 보았습니다. 자신이 어머니를 위해 남겨 둔 자리였습니다.

“기다리면 돌아옵니까?”

아이가 물었습니다.

혜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궁지기는 채은을 안아 주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품 안에서 얼굴을 감추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옆에 앉았습니다.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다음 날 혜는 아이들에게 천을 꿰매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길을 떠나려면 옷을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생은 바늘을 부러뜨렸고 백도는 손가락을 찔렀습니다. 혜는 웃었습니다. 웃다가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보지 않은 척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날부터 혜는 서당에 머물렀습니다. 궁지기가 남으라고 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다음 날도 옷을 가져왔고, 혜는 그것을 고치다 해가 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밤에 혜가 궁지기에게 물었습니다.

“대감은 이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실 생각입니까?”

“아직 갈 곳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겠지요.”

궁지기는 바깥을 보았습니다. 왕궁 위에 불빛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그는 나라 안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혜는 바늘을 천에 꽂았습니다.

“집을 잃을 때는, 내일도 집이 있을 것 같은 저녁이 먼저 옵니다.”

궁지기는 그 말을 장부에 적지 않았습니다. 적지 않아도 잊히지 않았습니다.

세 해의 장부

그보다 앞선 세 번의 겨울 동안 우나라는 조금씩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성문에서 이름을 찾는 줄이 짧아졌습니다. 돌아올 사람이 돌아와서가 아니라 기다릴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빈집 몇 채에는 다른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죽은 사람의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누구도 처음에는 그 집 주인의 이름을 묻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자랐습니다. 목생의 소매는 손목 위로 올라왔고 아연은 더 작은 아이의 밥을 먼저 살폈습니다. 제서는 궁지기의 수를 오래 버텼습니다. 위담은 처음 기록한 약속 중 지켜진 것과 지켜지지 않은 것을 나누었습니다. 지켜지지 않은 쪽의 죽간이 더 무거웠습니다.

궁지기는 구휼 장부를 해마다 고쳤습니다. 같은 마을에 같은 수량을 보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살아 있던 노인이 올해 죽었고, 올해 돌아온 병사가 새로 한 집을 이루었습니다. 염숙은 그런 수정이 번거롭다고 했습니다.

“백성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만 알면 됩니다.”

“누가 늘고 누가 줄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둘의 대화는 늘 같은 곳에서 끝났습니다.

어느 여름 궁지기는 군량 창고에서 곡식이 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장부에는 썩어서 버렸다고 되어 있었지만 창고 뒤 주막에서는 같은 자루가 팔렸습니다. 계량이 매듭을 알아보았습니다. 서당으로 온 구휼 곡식과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궁지기는 창고지기를 불렀습니다. 창고지기는 염숙의 문서를 내밀었습니다. 우공의 별궁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도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팔린 양은 문서의 두 배였습니다.

염숙은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아래 사람이 과욕을 부렸다고 했습니다. 창고지기는 매를 맞았고 문서를 작성한 서리는 쫓겨났습니다. 염숙은 왕에게 자기 책임이라며 관직을 내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우공은 그를 붙잡았습니다.

“그대까지 물러나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궁지기는 그 말을 들었습니다. 왕이 자신에게도 여러 번 했던 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그 말이 신뢰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은 곁에 남는 사람을 필요로 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바로잡는 사람보다 누구의 잘못이든 수습해 주는 사람을.

서당에서 계량이 물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매듭 때문에 창고지기만 맞았습니까?”

궁지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결과를 묻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

계량은 그날 저녁 곡식 자루의 매듭을 풀어 모두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묶었습니다.

정식 국서

진나라가 정식으로 길을 청하기 전에, 곡식 수레보다 소문이 먼저 왔습니다.

괵나라가 약속을 어겼다는 말, 진나라 군대가 크게 늘었다는 말, 길을 거절하면 우나라가 괵나라와 한편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말이 장터에 돌았습니다. 말한 사람을 따라가면 모두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왕은 궁지기가 오기 전에 대신들을 모았습니다. 궁지기를 빼놓은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급한 일을 먼저 의논했을 뿐이었습니다. 궁지기가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우공은 길을 내주되 군량 지원은 하지 않는 조건을 설명했습니다. 염숙이 성벽 수리에 쓸 목재를 진나라에서 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궁지기는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염숙이 먼저 말했습니다.

“우리 밭을 태운 괵입니다. 전하께서 그 원한을 잊지 않으셨는데 궁 대부께서는 누구 편이십니까?”

궁지기는 염숙을 보았습니다. 적이 오늘 무너지는 일과 우리가 내일 살아남는 일은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자신이 괵나라를 두둔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을 알았습니다.

“괵나라가 무너지면 그 목재로 성문을 막을 겨를도 없을 것입니다.”

염숙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전쟁의 패배부터 말씀하십니다.”

궁지기는 괵나라의 길목과 우나라의 산길을 설명했습니다. 목생이 그린 지형도를 펼쳤습니다. 진나라 군대가 들어갈 때 지나는 길과 돌아올 때 우나라 성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우공은 지도를 보다가 물었습니다.

“이것은 누가 그렸는가.”

“제가 가르치는 아이입니다.”

염숙이 조용히 웃었습니다.

“아이의 그림으로 두 나라 사이에 맺으려는 맹약을 의심하십니까.”

궁지기는 지도를 말아 넣지 않았습니다.

“그린 사람의 나이가 길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우공의 얼굴에서 마지막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왕에게는 그 말이 자기 판단보다 아이의 그림을 높이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회의 뒤 염숙은 따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서당에서 지형을 가르치는 까닭을 알아오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출신과 가족, 오가는 사람까지 적으라고 했습니다.

위담은 문밖의 관리가 자기 이름을 적는 것을 보았습니다.

“틀리셨습니다.”

아이가 말했습니다.

“무엇이?”

“현 자가 다릅니다.”

관리는 아이를 노려보았지만 고쳐 썼습니다. 위담은 돌아와 그날의 일을 기록했습니다. 누가 자기 이름을 정확히 쓰도록 요구한 일이 처음으로 두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