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사신과 군대

진나라 사신은 군인보다 먼저 곡식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책으로 읽기

평화를 파는 사신

진나라 사신은 군인보다 먼저 곡식을 보냈습니다.

수레는 성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왕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한 포대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은 수레 주위를 돌며 코로 냄새를 맡았습니다. 궁지기는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사신이 먼저 인사했습니다.

“백성이 편안해야 길도 편안하지 않겠습니까.”

궁지기는 곡식의 수량을 물었습니다. 사신은 웃으며 장부를 내놓았습니다. 숫자는 정확했습니다. 포대에 섞인 모래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더 두려웠습니다. 진나라는 우나라가 무엇을 의심할지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왕궁에서 사신은 길을 청했습니다. 괵나라가 국경을 어지럽힌다고 했습니다. 우나라가 겪었던 피해를 하나씩 짚었습니다. 그것은 정식 국서를 내놓기 전 왕의 마음을 살피는 첫 제안이었습니다. 우나라의 군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쟁에서 지친 병사들을 쉬게 하라고 했습니다.

우공은 궁지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이번만큼은 그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길은 군대가 지나간 뒤에도 남습니다.”

궁지기가 말했습니다.

“돌아올 길까지 내주게 됩니다.”

사신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염숙이 대신 물었습니다.

“그러면 진나라와 싸우자는 말씀이십니까?”

“길을 거절하는 것과 곧바로 싸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진나라가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우공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궁지기는 전쟁을 막으려 했고 염숙도 전쟁을 막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쪽 말에는 준비와 부담이 있었고 다른 쪽 말에는 당장의 휴식이 있었습니다.

사신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희 군주는 우공의 판단을 존중하라 하셨습니다.”

왕은 그 말을 오래 들었습니다. 궁지기가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자리가 그 말에 닿았습니다.

연회가 끝난 뒤 사신은 궁지기에게 따로 인사했습니다.

“저희 대부께서 한번 뵙고 싶어 하십니다.”

“손이 말인가.”

“예. 바둑을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궁지기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신이 물러간 자리에서 옥 상자를 나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상자의 뚜껑이 살짝 열리며 안쪽 비단이 보였습니다. 궁지기는 비단의 색보다 그것을 보려고 몸을 기울이는 왕의 어깨를 보았습니다.

그날 밤 서당 아이들은 진나라 곡식으로 끓인 죽을 먹었습니다. 궁지기는 자신도 같은 죽을 먹었습니다. 계량이 그것을 알고 숟가락을 놓았습니다.

“먹어도 됩니까?”

“먹어라.”

“나쁜 뜻으로 준 것이라면서요.”

“네 배고픔이 그 사람의 뜻을 대신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기 숟가락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왕과 어린 벗

우공은 궁지기를 옛 연못으로 불렀습니다.

아직 왕이 아니던 시절 두 사람은 그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궁지기가 먼저 물에 빠졌고 어린 우공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궁지기는 그 일을 기억했습니다. 왕도 기억했습니다. 다만 왕은 자신이 그를 구한 일로, 궁지기는 두 사람이 함께 젖어 혼난 일로 기억했습니다.

“그대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왕이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남들 앞에서 한 번쯤은 내 말을 끝까지 듣게 해 주게.”

궁지기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끝까지 듣겠습니다.”

우공은 진나라와 우나라가 같은 뿌리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조상들의 관계와 제사의 예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궁지기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왕이 말을 마쳤을 때 연못에는 작은 벌레들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헌공은 제 친족도 죽였습니다.”

궁지기가 말했습니다.

우공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결국 그 말을 기다린 것이군.”

“전하의 말씀을 모두 들었습니다.”

“듣고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지.”

궁지기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듣는다는 것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달랐습니다. 그러나 왕은 그 차이를 자신에게만 적용한다고 느꼈습니다. 궁지기의 말을 왕이 듣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어리석음이 되었습니다.

우공은 물가에서 작은 돌을 집었습니다.

“나는 전쟁을 끝내고 싶네.”

그 말만큼은 궁지기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대의 끝은 늘 다음 준비가 아닌가.”

궁지기는 왕의 손에 들린 돌을 보았습니다. 왕은 던지지 않았습니다. 손바닥에서 굴리다가 연못 가장자리에 내려놓았습니다.

“백성이 지쳤네. 나도 지쳤어.”

궁지기는 처음으로 씨앗도 성벽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왕의 곁에 서서 물을 보았습니다. 그 침묵이 오래갔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궁문 쪽에서 염숙이 다가왔습니다. 진나라 사신이 답을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우공은 몸을 돌렸습니다.

궁지기가 마지막으로 불렀습니다.

“전하.”

왕은 멈췄습니다. 궁지기는 전쟁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 했습니다. 왕은 잠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얼굴에는 아직 어린 벗을 향한 기대가 남아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결국 같은 말을 했습니다.

“길을 내주시면 안 됩니다.”

왕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연못가에 내려놓은 돌은 그날 밤까지 젖지 않았습니다. 물은 그 앞에서 조금 모자랐습니다.

국경 앞의 군대

진나라 군대가 국경까지 진격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아직 우나라 길로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손이는 경계 밖에 진을 치고 왕의 답을 기다렸습니다. 군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사신의 모든 문장 뒤에 붙었습니다. 정중한 청에도 창끝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우나라 백성들은 국경의 장터에 나갔습니다. 진나라 병사들은 값을 치르고 물건을 샀습니다. 우물 앞에 말이 멈추면 관리가 먼저 물값을 냈습니다. 어느 병사는 짐수레 아래 걸린 닭을 꺼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오래 했습니다.

진수도 장터로 갔습니다. 군대 안에 아버지가 섞여 있을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나라가 다르다고 말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다른 옷을 입고 돌아오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손이는 장터를 살피다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제서가 그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삐를 잡은 손의 굳은살과 먹물 자국을 함께 보았습니다.

“무엇을 보느냐.”

“장군도 글을 쓰십니까?”

“써야 사람을 움직이지.”

“직접 말하면 되지 않습니까?”

손이는 웃었습니다.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도 사람이 있다.”

궁지기가 아이들 뒤에서 나왔습니다. 국경 마을의 피란 준비를 살피러 온 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십니까.”

손이가 물었습니다.

“먼저 보고, 나중에 적게 합니다.”

“적은 것은 누가 읽습니까?”

“지금은 제가 읽습니다.”

“나중에는요.”

궁지기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손이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국경이 있었습니다.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궁지기는 군대가 예의 바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염숙도 그 말을 모아 왕에게 올렸습니다. 우공은 오랜만에 편히 잠들었습니다.

그러나 궁지기는 국경 너머의 수레 수를 세었습니다. 싸우러 갈 군대에 필요한 것보다 돌아와 머물 군대에 필요한 천막이 많았습니다. 돌아갈 때 잠시 쉬려는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 잠깐이 나라 하나의 마지막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이장에게 곡식을 큰길 가까이 쌓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장은 반겼습니다.

“이번에는 괵나라가 당하겠군요.”

궁지기는 그 기대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불탄 집을 가진 사람에게 적국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