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입술과 이
궁지기는 길고 새로운 간언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길고 새로운 간언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긴 말을 듣는 동안 반박할 문장 하나를 찾았습니다. 궁지기는 짧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말도 왕에게는 오랫동안 들어 온 같은 말이었습니다.
“괵나라는 우나라의 바깥을 지키는 울타리입니다.”
궁지기가 말했습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립니다. 괵이 망하면 우도 뒤따를 것입니다.”
우공은 손가락을 펴서 무릎 위에 놓았습니다.
“진은 우리와 같은 뿌리다.”
궁지기는 헌공이 같은 집안의 사람들에게 한 일을 말했습니다. 왕은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가 정성스럽다고 답했습니다. 궁지기는 신이 제물의 양보다 다스리는 자의 덕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염숙이 끼어들었습니다.
“전하의 제사가 덕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궁지기는 염숙을 보지 않았습니다. 왕만 보았습니다.
“백성이 흩어지고 굶는데 제물만 풍성해서는 안 됩니다.”
우공은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그 풍성한 제물을 마련하라는 문서에도 그대의 인장이 있지 않은가.”
궁지기의 손가락이 움츠러들었습니다.
왕은 처음으로 궁지기를 침묵시켰습니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기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이기고 나니 빈 곳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백성을 위하는 사람은 그대 하나뿐인가.”
궁지기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 잘못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말씀드립니다.”
“과인은 언제까지 그대의 늦기 전을 살아야 하는가.”
조정은 조용했습니다. 누구도 왕에게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궁지기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우공은 진나라의 요청을 허락했습니다. 염숙에게 문서를 맡겼습니다. 궁지기는 허락이 내려진 뒤에도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왕은 그 모습을 항의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궁지기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가져다준 점심이 식어 있었습니다. 아연이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보리밥과 말린 채소였습니다.
“오늘은 들으셨습니까?”
아이가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습니다.
“들으셨다.”
“그런데요?”
궁지기는 처음으로 아이에게 왕의 일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자.”
아연은 더 묻지 않았습니다. 궁지기의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관리들은 해가 진 뒤 왔습니다.
낮에 오면 아이들이 놀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궁지기가 그렇게 말하자 관리는 아이들을 놀라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뒤에 선 병사는 창끝을 벽에 기대었습니다. 아이들은 창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는지 보았습니다.
조사의 이유는 군사 지도의 유출이었습니다. 목생이 그린 지도와 목생이 만든 다리 모형을 가져갔습니다. 계량의 곡식 장부도 가져갔습니다. 관리에게는 수량을 적은 글과 군량을 계산한 글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문은 자기 죽간 위에 앉았습니다. 병사가 일으키려 하자 궁지기가 막았습니다.
“아이의 글이다.”
“그러면 보여주시면 됩니다.”
노문이 일어났습니다. 죽간에는 아이들이 밤에 꾸는 꿈이 적혀 있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불탄 지붕, 도망치다 놓친 손. 관리는 몇 줄 읽고 덮었습니다. 그래도 가져갔습니다.
백도가 문턱에서 말했습니다.
“우리 것이 아닙니까.”
“나라가 확인하고 돌려준다.”
“나라가 가져간 것은 잘 안 돌아옵니다.”
병사가 아이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궁지기는 그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잠깐이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관리는 궁지기를 보았습니다. 명망 있는 대부가 군사의 손을 잡은 일은 보고서에 쓸 수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손을 놓았습니다.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무엇을 책임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질문 앞에서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구를 체포할지, 무엇을 가져갈지, 언제 돌려줄지. 책임지겠다는 말만 자기 것이었습니다.
관리들이 떠난 뒤 아이들은 흩어진 방을 정리했습니다. 혜가 잠자리를 폈습니다. 궁지기는 목생의 빈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목생은 울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궁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시 그리자.”
“이번에는 성벽 뒤의 길도 그릴까요?”
궁지기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이미 떠나는 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만 아직 그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궁지기는 자신의 인장을 오래 보았습니다. 왕의 명령을 받들던 물건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지키는 데는 아무 효력이 없었습니다. 그는 인장을 상자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습니다. 떠날 때까지 쓸 일이 남아 있을지 몰랐습니다.

진수는 떠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직 아무도 떠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의 작은 행동을 보았습니다. 혜가 마른 곡식을 따로 볶고, 목생이 수레바퀴를 고치고, 궁지기가 밤마다 지도를 펼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오면 누가 맞습니까?”
진수가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대답을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네 아버지가 돌아온다면 네가 살아 있는 곳을 찾으실 것이다.”
“집도 없는데 어떻게 찾습니까?”
“소식을 남기자.”
“글을 못 읽습니다.”
궁지기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방법은 읽을 수 있는 사람을 향해 있었습니다. 진수의 아버지는 군번패의 자기 이름도 다른 사람에게 확인받았다고 했습니다.
진수는 마당으로 나가 나무껍질을 벗겼습니다. 궁지기가 말리자 아버지가 알아볼 표식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쓰던 표식이었습니다. 나무에 세 줄을 긋고 그 아래 돌 두 개를 놓았습니다.
궁지기는 그 옆에 앉았습니다.
“어디로 갔다고 알려주는 것이냐.”
“강을 건넜다는 뜻입니다.”
“아직 건너지 않았다.”
“건널 것이잖습니까.”
궁지기는 아이를 속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진수는 작은 돌 하나를 더 놓았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따라오라는 뜻입니다.”
그날 밤 궁지기는 진수에게 전사자 명부를 보여 주었습니다. 진수의 아버지 이름과 비슷한 이름이 둘 있었습니다. 부대도 맞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죽었다고도 살아 있다고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진수는 명부를 오래 보았습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그날만큼 괴로운 적은 없었습니다.
“모르면서 왜 떠나자고 합니까?”
“네가 죽으면 돌아오셔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수는 등을 돌렸습니다. 궁지기는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수레 밑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진수가 바퀴에 기름을 바르고 있었습니다. 목에 군번패가 걸려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묻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떠나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둘은 바퀴를 번갈아 돌렸습니다. 삐걱거리던 소리가 조금씩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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