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충언다른 깃발들

제27장

다른 깃발들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한 번에 펼쳐 읽기

서로 다른 깃발 아래서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모두 벼슬을 얻은 뒤에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서로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에 있었고, 어떤 이는 국경을 넘는 일 자체가 의심을 샀습니다. 궁지기의 제자라는 이름은 자랑이면서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다른 나라의 신하와 편지를 주고받는 까닭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해 봄에는 열한 사람이 왔습니다. 나머지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백도는 오지 못했습니다. 자기 나라 군대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소하도 오지 못했습니다. 그 군대를 막기 위한 회담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노문은 두 사람의 편지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궁지기는 제자들의 옷을 보았습니다. 나라별로 색과 매듭이 달랐습니다. 손도 달라졌습니다. 목생의 손에는 굳은살이 깊었고 미령의 손은 장부를 넘겨 반질거렸습니다. 초목은 앉아서도 노인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노인은 이제 궁지기였습니다.

혜는 온 사람의 수만큼 밥그릇을 놓았습니다. 오지 않은 사람의 밥까지 퍼서 식힐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남은 곡식을 따로 담았습니다. 돌아갈 때 편지를 보내는 사람에게 나눠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쓰던 오래된 상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새 제자들이 쓰고 있었습니다. 위담이 자기 상을 알아보자 어린아이가 손을 얹었습니다.

“지금은 제 것입니다.”

위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다.”

저녁에 동문들은 서로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결과부터 말했습니다. 계량이 먼저 자기 장부 때문에 죽은 여자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이어서 조린이 잘못된 감시 기록을 말했습니다. 초목은 기다리다 악화된 병사를 말했습니다.

누구도 자기 잘못을 말하면 용서받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도 용서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고쳤고 무엇이 아직 그대로인지 물었습니다. 다음에 같은 일을 만나면 누가 막아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위담은 진나라에 들어간 자신을 백도가 아직 원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소하의 편지에는 백도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철수 조건을 얻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한 문장으로 묶기 어려웠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새 제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모두 나라를 살리러 가신 겁니까?”

열한 사람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먹고살려고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라보다 큰 일을 한다고 믿다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궁지기가 먼저 말했습니다.

“가서 무엇을 하는지가 남을 것이다.”

그는 제자들을 좋은 뜻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름 때문에 잘못을 보지 못하게 되면 오래전 우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제서는 천에 그린 판을 폈습니다. 새 제자들이 돌을 만졌습니다. 깨진 흰 돌을 궁지기에게서 받아 다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왕을 묻을 때 가져갔던 돌이었습니다. 흙은 거의 지워졌지만 금은 그대로였습니다.

손이의 남은 글

위담은 늦게 구한 문서 한 묶음을 가져왔습니다.

손이가 남긴 글 중 우나라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남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식 기록과 개인 메모가 섞여 있었습니다. 같은 일을 다르게 적은 곳도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한 장씩 읽었습니다.

우공의 마지막 말이 적힌 부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그토록 위태로운 줄 알았다면 왜 자신을 두고 갔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이미 손이에게 들었지만 글로 보는 것은 달랐습니다. 원망이 오래된 얼굴을 다시 얻었습니다.

다음 장에는 바둑의 형세가 있었습니다. 가운데의 수가 비어 있었고 여백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궁지기가 그 수를 두지 않았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낸 길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위담이 물었습니다.

“모두 내다보셨습니까?”

궁지기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손이가 길을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분을 믿으셨습니까.”

“믿을 수 있는지 물으러 갔다.”

위담은 둘의 차이를 생각했습니다. 결과를 알고 과정을 되짚으면 모든 망설임이 계획처럼 보였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두려움까지 지워 버리고 싶어질 수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손이가 자기를 살려 주었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보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왕을 죽인 군대를 이끈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를 의인으로 정리하면 왕궁의 죽음이 지워졌고 악인으로 정리하면 산길을 열어 준 선택이 지워졌습니다.

“그분을 미워하지 않으십니까?”

위담이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미워하는 날도 있다.”

위담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고마운 날도 있다. 같은 날일 때도 있다.”

그 말은 제자를 편안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편안한 답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손이를 이해했다는 이유로 죽은 사람들의 몫까지 용서하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문서를 노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대목도 그대로 두라고 했습니다. 출성을 금한 명령을 어긴 일과 일족으로 신고해 아이들을 빼낸 일도 적혀 있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않았습니다.

제서가 판의 빈 수를 가리켰습니다.

“여기만큼은 제가 채워도 됩니까?”

궁지기는 돌을 놓아 보라고 했습니다. 제서가 놓았습니다. 한동안 두 사람은 가능한 변화를 읽었습니다. 그때 두지 않은 수가 이제는 제자의 손에서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판을 거두기 전에 궁지기가 말했습니다.

“그날은 이기는 수보다 돌아갈 사람이 더 많았다.”

제서는 그 말을 명언처럼 적지 않았습니다. 판의 한쪽에 날짜만 남겼습니다.

다시 묻는 아이

궁지기의 마지막 수업은 마지막이라고 정해진 날에 열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침이 잦아져 긴 말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초목은 쉬라고 했고 혜는 죽을 끓였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을 방으로 불렀습니다. 어린 제자들과 다녀갈 준비를 하던 옛 제자들이 함께 앉았습니다.

새로 온 아이가 물었습니다.

“좋은 신하는 왕이 잘못하면 끝까지 말해야 합니까?”

궁지기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자신도 젊을 때는 쉽게 답했을 물음이었습니다. 끝까지 말해야 한다고 했을 것입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도 했을지 모릅니다.

“무엇을 지키려고 말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가 답했습니다.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입니까, 사람을 살리려는 것입니까?”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둘이 늘 갈라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자주 헷갈렸다.”

옛 제자들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궁지기는 자기 충언이 모두 올바른 방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왕을 여러 사람 앞에서 몰아세운 날이 있었습니다. 왕이 지쳐 있다는 것을 알고도 먼저 위험을 설명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부드럽게 말했다면 반드시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왕의 선택까지 신하의 말솜씨로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듣지 않은 사람의 몫도 있다.”

그가 말했습니다.

“말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가져서는 안 된다.”

소하가 못 온 자리를 보며 위담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러 조정에서 같은 고통을 겪는 동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제자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러면 언제 그만 말합니까?”

궁지기는 창밖을 보았습니다. 봄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렸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성을 나온 날의 나무는 이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아래서 잠든 얼굴은 기억했습니다.

“나는 너희를 데리고 나올 때 그만두었다.”

그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그 뒤에도 해야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 말이 떠나는 모든 사람을 정당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남아 버틴 사람의 희생을 낮추지도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자기 선택을 설명했습니다. 제자들은 자기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연이 그릇을 가져왔습니다. 궁지기는 몇 숟가락을 먹었습니다. 처음 서당에 왔을 때 아연이 내밀었던 그릇과 닮은 것이었습니다.

“많이 드셔야 합니다.”

아연이 말했습니다.

궁지기는 대답 대신 한 숟가락을 더 들었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말보다 그 작은 부탁이 더 쉽게 그의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날 노문은 수업의 내용을 적었습니다. 제목은 쓰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말을 마지막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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