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이름 없는 산
그날 밤 노문은 오래전의 일을 다시 물었습니다.

그날 밤 노문은 오래전의 일을 다시 물었습니다.
우공을 어디에 묻었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궁지기가 산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혼자였느냐고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처음에 혼자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성문 밖에서 수레를 밀어 준 사람이 있었다.”
“아시는 분입니까?”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병사였다.”
노문은 그 말을 적었습니다. 궁지기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잠들었습니다. 그날의 일은 기록의 빈칸으로 남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궁지기는 눈을 감고도 그 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왕의 수레를 끌고 성문을 나온 날이었습니다. 병사와 헤어진 뒤 큰길을 버렸습니다. 어느 산으로 갈지 처음부터 정하지 않았습니다. 길이 좁아지고 사람의 발자국이 줄어드는 쪽으로 갔습니다. 왕이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오지 않았을 곳을 찾았습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수레 위의 천이 젖었습니다. 궁지기는 자기 옷을 벗어 덮었습니다. 왕에게 하사받은 좋은 옷은 이미 강을 건너는 값으로 썼습니다. 남은 것은 거친 옷뿐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춥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덮었습니다.
작은 능선 아래에 바람이 덜 드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소나무 뿌리가 땅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수레를 멈췄습니다. 땅을 파 보았습니다. 돌이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깊이까지 팔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곡괭이를 빌려 왔습니다. 왕을 거두러 온다는 말을 하지 않고 밭일에 쓸 것이라 했습니다. 그것도 거짓말이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였는지 나중에 물으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땅은 겉보다 단단했습니다. 비가 오면 부드러워질 줄 알았는데 젖은 흙이 도구에 붙었습니다. 몇 번 파고 떼어 내고 다시 팠습니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물집이 터졌습니다. 궁지기는 손을 천으로 감았습니다.
우공은 어릴 때 흙을 잘 파지 못했습니다. 벌레가 나오면 손을 뗐습니다. 궁지기가 대신 파 주면 뒤에서 깊이가 모자란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둘 다 웃었습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궁지기는 잠시 일을 멈췄습니다.
왕이 웃던 얼굴을 떠올린 것이 죄처럼 느껴졌습니다. 국경전에서 죽은 사람들, 이름을 찾던 여자들, 굶은 마을과 염숙의 죽음이 함께 있었습니다. 웃던 얼굴 하나로 그 모든 것을 덮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왕이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궁지기는 다시 땅을 팠습니다.
구덩이가 깊어졌을 때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는 왕의 몸을 옮겼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았습니다. 수레의 널빤지를 낮추고 천을 조금씩 당겼습니다. 살아 있을 때는 손끝 하나 대기 어려웠던 몸이 이제는 누군가의 힘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머리를 싼 천은 따로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매듭을 풀지 않았습니다. 더 확인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옷깃 위의 자리에 조심스럽게 놓았습니다. 염습의 예법에 맞는지 생각했습니다. 다 맞출 수는 없었습니다. 제물을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 했습니다.
왕의 옷 안에서 작은 인장이 나왔습니다.
궁지기의 인장이었습니다. 자신이 돌려보낸 것이었습니다. 손이가 주워 넣어 주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왕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여기 있다는 사실만 손바닥에 놓여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한참 그 물건을 보았습니다.
이것을 들고 조정에 갔습니다. 군량을 마련했고 창고를 열었고 마을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살린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죽음도 이어졌습니다. 인장 하나에 충성과 잘못이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그는 인장을 왕의 손 가까이 놓았습니다. 벼슬을 다시 받는 것도, 왕에게 책임을 모두 돌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시간이 거기에 남아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왕의 옷깃을 폈습니다.
“이제 누구도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을 하고 나서 그것이 위로인지 원망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둘 다였을 수 있었습니다.
흙을 덮었습니다.
처음에는 소리가 났습니다. 천 위에 흙이 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조금 더 덮자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흙 위에 흙이 쌓이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궁지기는 끝까지 같은 속도로 일을 했습니다. 서두르면 빨리 끝날 것 같았지만 빨리 끝내야 할 까닭을 찾지 못했습니다.
무덤은 높지 않았습니다. 빗물이 모이지 않을 정도만 돋웠습니다. 돌을 세우려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이름을 새기면 왕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찾아와 충성을 맹세할 수도 있고 원한을 풀려고 파헤칠 수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죽음을 부르는 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새기지 않았습니다.
비가 그쳤습니다. 멀리서 새가 울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새인지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궁지기는 무덤 앞에 앉았습니다.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잘못 섬겼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말은 죽은 왕에게 들려주는 것 같아도 결국 살아 있는 자기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말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손에 박힌 작은 가시를 뺐습니다. 손바닥이 아팠습니다. 산속에서 기다릴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위담은 약속한 날을 세고 있을 것이었습니다. 아연은 자기 그릇을 남겨 두었을 것이었습니다. 제서는 검은 돌을 가져갔으니 이번에는 흰 돌이 있느냐고 물을 것이었습니다.
돌아가야 했습니다.
궁지기는 일어났습니다. 무릎에 묻은 흙을 털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왕에게 마지막 절을 하려다가 다시 멈췄습니다. 어떤 예를 갖추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신하의 절을 하면 모든 일이 전과 같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절하지 않으면 오래 알던 사람을 버려두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허리를 굽혔습니다. 깊이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레로 돌아갔습니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어두웠습니다. 짐은 없었지만 수레가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바퀴가 돌에 걸릴 때마다 멈춰 풀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무덤이 보일 것 같았습니다.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어디인지 잊으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앞에 있었습니다.
능선을 넘자 작은 불빛이 하나 보였습니다. 숯을 굽는 집이었습니다. 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궁지기는 그쪽으로 수레를 돌렸습니다.
산에는 이름 없는 무덤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 아래 잠든 사람이 한때 왕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그 왕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더 많은 말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무덤에는 아무 말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비에 젖은 흙 위로 소나무 잎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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