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작은 재판

미령은 남의 밥을 얻어먹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수정 2026-10-20 · 책으로 읽기

미령의 빚

미령은 남의 밥을 얻어먹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궁지기가 아이들의 집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습니다. 집이라면 아침에 눈을 뜨기 전에 쫓겨날까 걱정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아이는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물을 길었습니다. 빨래를 하고 솥을 닦았습니다. 아프면 아프지 않다고 했습니다. 쓸모가 없어지면 먹을 자격이 없어질까 두려웠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물동이를 들다가 쓰러졌습니다. 궁지기는 이마를 짚었습니다. 열이 높았습니다. 미령은 물을 쏟은 자리부터 닦으려 했습니다. 궁지기가 동이를 멀리 치웠습니다.

“누워 있어라.”

“저녁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

미령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습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면 자기는 왜 있어야 할까요.

궁지기는 그 얼굴을 보고 자기 말이 잘못 닿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곁에 앉았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밥을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아픈 사람은 누워 있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미령은 눈을 감았습니다. 믿고 싶었지만 몸이 먼저 일어나려 했습니다. 궁지기는 그날 아이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밥을 주었습니다. 그다음 날도 주었습니다. 열이 내려도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아연이 미령의 그릇을 가져왔습니다. 미령은 반을 남겼습니다. 아연은 배가 부르냐고 물었습니다. 미령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잖아.”

아연은 자기 그릇을 내려놓았습니다.

“아프잖아.”

두 아이의 말은 짧았습니다. 궁지기가 여러 번 설명한 것보다 쉽게 닿았습니다. 미령은 나머지를 먹었습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자신이 내일 쓸모 있어야 하는지 계산하지 않고 잠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버릇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평생 아픈 몸을 숨길 때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밥을 얻어먹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먼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자기 안에 남은 두려움을 남에게 옮기는 날도 있었습니다.

훗날 미령이 구휼 창고를 맡았을 때, 일을 못 하는 노인에게 곡식을 주지 말자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미령은 그날의 열과 물동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자기를 먹였던 밥은 보상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 구분을 지키는 데 한 생애가 걸릴 수도 있었습니다.

작은 재판

조린은 도둑을 잡았습니다.

창고에서 곡식을 가져간 사람은 채은이었습니다. 아이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웃 골목의 어린 형제에게 주었다고 했습니다. 조린은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채은은 말하면 안 된다고 할까 봐 그랬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들을 모았습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손을 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부터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계량은 사라진 양을 말했습니다. 채은은 받은 아이들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조린은 모두가 먹을 것을 혼자 정한 일이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채은은 울지 않았습니다.

“굶는 걸 보고도 돌아오면 잘한 겁니까?”

조린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굶기자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채은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음에도 누구나 자기 뜻대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궁지기는 두 아이의 말을 모두 받아 적었습니다.

“우리 밥을 지키는 것과 남의 굶주림을 보는 것이 함께 필요하구나.”

“그래서 벌은요?”

조린이 물었습니다.

“먼저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정하자.”

아이들은 저녁까지 이야기했습니다. 나눌 몫을 따로 두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급하게 쓰면 누구에게 주었는지 나중에 적기로 했습니다. 채은 혼자 벌을 받게 하지 않았지만, 함께 먹는 곡식을 혼자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조린은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정해진 벌이 있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궁지기는 그 생각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다만 같은 벌을 받는 사람들의 형편도 같을지 묻게 했습니다.

다음 주 곡식이 또 줄었습니다. 이번에는 궁지기가 가져갔습니다. 죽은 병사의 집에 보냈습니다. 조린은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채은이 아이의 팔을 찔렀습니다.

“물어봐.”

조린이 묻자 궁지기는 장부를 내밀었습니다. 기록이 없었습니다. 그는 바쁘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나중에라도 적으라고 해 놓고 자신은 잊었습니다.

“내가 규칙을 어겼다.”

궁지기가 말했습니다.

그는 받은 집과 수량을 적었습니다. 조린은 그 죽간을 오래 보았습니다. 스승이 틀렸다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조금 안심되었습니다. 규칙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조린이 배운 것은 용서보다 질문하는 일이었습니다. 훗날 왕에게 같은 질문을 할 때, 그는 어린 채은이 팔을 찌르던 느낌을 기억하게 됩니다.

물길의 주인

목생은 도랑에 나뭇가지를 꽂고 물을 나누었습니다.

서당 뒤 밭에는 물이 너무 많았고 아래쪽 채소밭에는 물이 모자랐습니다. 아이는 도랑을 조금 틀었습니다. 다음 날 아래 밭 주인이 채소를 가져왔습니다. 그다음 날 위 밭 주인이 화를 내며 왔습니다.

물이 조금 줄어든 것보다 허락 없이 길을 바꾼 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목생은 물은 다시 흐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은 물길이 자기 아버지 때부터 자기 집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함께 도랑을 보았습니다. 위쪽 논에 물이 필요한 시기였고 아래쪽 채소는 이미 시들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목생은 시간을 나누자고 했습니다. 낮에는 위로, 밤에는 아래로 흐르게 하자고 했습니다.

어른들은 웃었습니다. 누가 밤에 나와 바꿀 것이냐고 했습니다. 목생은 자기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궁지기는 아이를 말렸습니다. 두 집을 위해 아이 하나가 잠을 못 자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서로 번갈아 나와 물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지켜졌습니다. 비가 오자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가뭄이 들었을 때 위쪽 집은 예전대로 물을 막았습니다. 약속은 기억하는 사람에게만 남아 있었습니다.

위담이 기록을 가져갔습니다. 어른들은 아이의 글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도장을 찍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궁지기가 증인이라고 하자 얼굴이 달라졌습니다.

목생은 화가 났습니다.

“물이 필요한 건 선생님이 아니잖아요.”

궁지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다.”

“그런데 왜 선생님이 말해야 듣습니까?”

궁지기는 자기 벼슬이 주는 힘을 설명했습니다. 목생은 그런 힘이 없는 사람끼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궁지기는 바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그해 여름 아이는 나무판으로 작은 수문을 만들었습니다. 눈금이 있어 얼마나 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눈금을 속여 놓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목생은 장치를 고치고 기록을 붙이고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물을 다루는 일은 물만 알아서는 안 되었습니다.

서당을 떠날 때 목생은 그 수문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눈금이 적힌 작은 나무조각을 품에 넣었습니다. 훗날 큰 강을 다루게 되어도, 처음 싸운 것은 두 집의 도랑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했습니다.